본문 바로가기

Think/Just a ...

글, 소설 쓰는 방식

프랑스어는 그녀 - 아고타 크리스토프라는 헝가리 작가 - 에게는 후천적으로 학습한(학습하지 않을 수 없었던) 외국어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외국어를 창작에 채용하는 것을 통해 그녀만의 새로운 문체를 고안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짧은 문장을 조합하는 리듬감, 번거롭게 배배 꼬지 않는 솔직한 말투, 자신의 감정이 담기지 않은 적확한 묘사, 그러면서도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일부러 쓰지 않고 깊숙이 감춰둔 듯한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 한참 나중에야 그녀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어보고 거기서 뭔가 그리움 같은 것을 느꼈던 게 또렷이 기억납니다.

...

소설을 쓸 때 '문장을 쓴다'기보다 오히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에 가까운 감각이 있습니다. 나는 그 감각을 지금도 소중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요컨대 머리로 문장을 쓴다기 보다 오히려 체감으로 문장을 쓴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리듬을 확보하고 멋진 화음을 찾아내고 즉흥연주의 힘을 믿는 것. 아무튼 한밤중에 주방 식탁 앞에 앉아 새롭게 획득한 나 자신의 문체로 소설(비슷한 것)을 쓰고 있으면 마치 새로운 공작 도구를 손에 넣었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설렜습니다. 아주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그건 내가 서른 살을 앞두고 느꼈던 마음의 '공동(洞)' 같은 것을 멋지게 채워주는 듯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p. 50-54)

'Think > Just a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된 작가의 조건  (0) 2016.10.20
역사를 연구하는 이유  (0) 2016.10.18
어른이 된다는 것  (0) 2016.10.17
모순의 가치  (0) 2016.10.09
묵상  (0) 201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