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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Just a ...

어른이 된다는 것

(고달픔과 즐거움 이외에)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내가 그사이에 사회를 배웠다는 것입니다. '사회를 배웠다'라고 하면 지나치게 직설적이라서 어째 바보 같지만, 요컨대 어른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수없이 단단한 벽에 머리를 들이받고, 아슬아슬한 고비를 가까스로 뚫고 나왔습니다. 심한 욕을 듣고 심한 꼴을 당하기도 했고 억울한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물장사'라는 것만으로 상당히 사회적인 차별들을 했습니다. 몸을 혹사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웬만한 일은 입 다물고 꾹꾹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튼 가게를 유지하고 빚을 갚는다는 것 외에는 거의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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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도 있고 즐거운 일도 있고 아주 위험한 일, 힘겨운 일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나는 대학 강의실보다, 혹은 동질의 사람들이 모이는 동아리 같은 곳보다, 오히려 그런 생생하고 잡다한, 때로는 무시무시하고 거친 장소에서 인생에 관한 다양한 현상을 배우고 그 나름의 지혜를 배웠다는 마음이 듭니다. 영어에 streetwise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한 실제적인 지혜'라는 정도의 뜻이지만, 나에게는 결국 학술적인 것보다 그런 흙바닥에서 뒹구는 게 더 성향에 맞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대학 공부에는 거의 흥미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p. 37-41)


어른이 된다는 건 '삶의 생생한 지혜'를 배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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