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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Just a ...

<다시,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2016) / 박웅현


우리의 삶은 모호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명료한 답을 원해요. 그래서 "명료한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자주 하는 말이 "어떠한 일반론도 각자 삶의 특수성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말입니다. 삶은 아주 쫀쫀하게 이어지죠. (곽재구) 시인은 그 부분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삶이란 때로 상상력의 허름한 그물보다 훨씬 파릇한 그물을 펼 때가 있다.

드라마에서 보는 상상력의 그물, 온갖 장치를 다 만들어놓고 펼치는 그 그물들이 정말 말도 안 될 때가 많죠. 점 하나 붙였다고 다른 사람이라고 하는 것을 보세요. 아주 허름한 상상력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짠 상상력의 그물보다, 사실 우리 삶의 그물이 훨씬 더 촘촘하게 짜여 있다는 겁니다. 참 맞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삶의 그물을 더 촘촘하고 튼튼하게 해주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주목하는 힘과 관련된 문장을 보실까요?

꽤 많은 바닷가를 지나온 적이 있지만 파도 소리가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는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입니다.

시인은 파도소리에서 꽃이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을 상상했나 봅니다. 부럽지 않습니까?

(p.61 / <곽재구의 포구기행, 곽재구> 인용글)

<!>일상을 길어올리는 힘과 문장의 토대는 면밀한 관찰과 깊은 성찰이다.


수행  깨어 있는 삶을 사는 일이다. 깨어 있다는 것은  자신을 성찰하고 생각을 높이며 끊임없이 성숙시키는 것이다. 성찰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살피는 것이다. 사색은 사물과 일에서 참되고 깊은 의미를 찾는 일이다.

(p. 86 /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법인스님> 인용글)

<!>사유, 노풋(no-put), 수행, 행복... 


우리는 인간을 그렇게 구분해 단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저 사람은 악인일 때보다 선인일 때가 더 많다든가, 게으를 때보다 부지런할 때가 더 많다든가, 어리석을 때보다 똑똑할 때가 더 많다든가, 또는 그 반대로 말할 수도 있다.

이렇게 봐야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어떤 사람을 '저 나쁜 놈'이라고 하면서 모든 게 나쁜 사람으로 여기잖아요. 10년 전에 나쁜 놈이 지금도 나쁜 놈일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흘렀거든요. 사람이 바뀔 수도 있거든요. 그런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서 이런 문장도 씁니다.

인간이란 흐르는 강물과 같다.

저는 '사람은 물이다'라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사람은 고여 있지 않죠.

(p.102-103 / <부활, 톨스토이> 인용글)


다른 사람에게서 배운 진리는 / 그저 몸에 살짝 붙어 있는 데 그치지만 / 스스로 발견한 진리는 / 몸의 진정한 일부가 된다.

… 어떤 구절을 내가 깨우치는 것은요, 그저 읽은 것과는 다른 겁니다. 아는 것과 느낀 것은 달라요. … 이 깨달음이 한꺼번에 오진 않겠죠. 하지만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면 '아, 이거구나'하고 알게 되고, 그다음엔 비로소 내 몸의 일부가 되겠죠.

(p. 117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톨스토이> 인용글)

<!>다른 사람에게서 배운 진리~grand narratives, 스스로 발견한 진리~specific narratives


사물은 일탈의 결과로 태어난다. … 이미 창조된 것에 고유한 기능이 생긴다.

(p.141 /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루크레티우스[각주:1]> 인용글)

세상은 영원한 움직임이다.

(p.149 / <수상록-후회에 관하여, 몽테뉴> 인용글)

<!>사물, 세상, 진보는 (이상에 대한) (연속적) 일탈의 결과일지도. 


아무런 감정도 없고 깊은 접촉도 없이 세상을 냉담한 시선으로 보는 영혼에게는 '객관적인' 진리 - 그것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 만이 존재할 뿐이다. 고통스럽게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은 신비로운 교접을 통해 자신이 보는 풍경과, 마주치는 사람과, 선택하는 사건과 소통한다. 따라서 모든 완벽한 여행자는 항상 자신이 여행하는 나라를 창조하는 것이다.

풍경들을 객관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가서 온전히 느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만의 여행을 할 수 있어요. 자기만의 감성, 교감이 중요합니다.

(p.189 / <카잔차키스의 천상의 두 나라, 카잔차키스> 인용글)


<커튼>을 읽으면서 소설을 쓰는 일은 단순히 이야기를 잘 풀어간다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세르반테스처럼 우리가 보지 않았던 걸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거나,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준다거나 해야 하는 거죠. 이야기라는 수면 밑에 철학적, 사회적, 시대적 담론을 쌓고 그 위에 이야기를 축조하며 글을 짓는 거죠. … 그 길고 거대한 이야기 속에 시대의 변화, 사회적 담론, 철학, 문학적 시도 등 모든 게 들어가 있거든요. …

역사의 개념이 예술에 적용되면 진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완성, 개선, 향상을 함축하지 않으며, 미지의 땅을 탐험하고 그것을 지도에 그려 넣으려고 시도하는 어떤 여행에 가깝다.

... 예술가들은 이렇게 미지의 땅을 탐험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땅을 가려고 합니다. 친부살해의 욕망이 바로 이것이죠. 다른 소설가가 이미 이뤄놓은 곳에 가기 싫은 겁니다. 예술의 역사는 계속해서 새로운 땅을 찾아가는 시도들로 이루어집니다.

소설가의 야심은 이전 선배들보다 나아지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지 않았던 것을 보고 그들이 말하지 않았던 것을 말하는 데에 있다.

(p.228-229, 232-233 / <커튼, 쿤데라> 인용글)


쿤데라는 자신을 불운한 나라(소련의 침공을 당한 체코)의 지식인으로만 규정하는 그 시선을 견디지 못했던 거죠. … 저 사람 얼마나 힘들까, 고국이 핍박당하고 있다니. 프랑스 지식인들은 이런 생각만 하면서 쿤데라를 대한 겁니다. 그러니 '박해, 포로 수용소, 자유, 조국으로부터의 추방, 용기, 저항, 전체주의, 경찰에 대한 공포와 같은 거창한 말들'만 왔다갔다 했지요. 그런데 쿤데라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 이런 거대담론을 못 견디는 사람이에요. 그곳에도 일상적인 삶은 분명 있거든요.

(p.242-243)

가장 널리 퍼진 인간의 환상 가운데 하나 즉 우리 삶의 상황을 단순한 배경이나, 아니면 항상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우리의 '자아'가 단순히 지나치는 우연적이며 바뀔 수 있는 상황으로 인식하게 하는 환상을 내포한다. 자신의 다른 삶, 여남은 개 되는 가능한 다른 삶을 상상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 그러나 몽상은 그만! 우리 모두는 출생의 날짜와 장소에 절망적으로 못박혀 있다. 우리의 '자아'는 우리 삶의 구체적이고 유일한 상황을 벗어나서 생각할 수 없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만 그리고 그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p.252 / <커튼, 쿤데라> 인용글)

<!>인간은 거대 담론에 의해서만 휘둘리는 존재도, 반대로 구체적인 상황에 이해 완벽히 결정되는 존재도 아니다. 시선의 균형감!


어른이 되어서 거리를 두고 볼 때에야 방황이 방황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렇게 거리를 둘 때에만 방황의 개념 자체를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미래의 어느 날 지나간 젊음을 향해 어떤 시선을 던지게 될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의 확신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를 이미 경험한 어른들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옹호한다. ... 출생에서 죽음 사이를 잇는 선 위에 관측소를 세운다면 각각의 관측소에서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p.259 / <커튼, 쿤데라> 인용글)

<!>인간의 생애사 - 자기 해석의 역사는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현실의 우리처럼 여러 가지 창을 가지고 삽니다. 하나의 창으로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지 않아요. 그래서 더 매력있습니다. … 우리의 사랑과 인생이 지고지순한 가치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산문의 세계가 놓여 있다는 것을, 하나의 창이 아닌 수많은 창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p.268, 270)


너희 흔들거리는 모습들, 다시 가까이 다가오는구나.

(p.317 / <파우스트, 괴테> 인용글)

<!>이럴 때가 있다. 갑자기, 어느 순간 영감이 들어 무언가 깨어남을 느낄 때.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이고, / 푸르른 것은 오직 인생의 황금나무뿐이라네. (메피스토펠레스)

(p.329 / <파우스트, 괴테> 인용글)

그러면 고서(古書)들이 신성한 샘물과 같아서, / 그걸 한 모금 마시면 갈증을 영원히 진정시켜준단 말인가? / 그것이 자네 자신의 영혼에서 솟아나지 않는다면, / 결코 상쾌한 마음을 얻지는 못할 것일세. (파우스트)

(p.333 / <파우스트, 괴테> 인용글)


나는 책을 오독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평소에 책을 오독한 덕분이다.

…우리는 그저 책 속의 내용을 저마다의 의미로 받아들여 내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각자의 오독을 합시다. 그래서 그로 인해 좀 더 풍요로워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요.

(p.348 / 김구용 시인 인용글)

<!>텍스트 읽기, 해석, 그리고 다시 글쓰기. 모두 자기만의 것이다.

  1. 에피쿠로스 학파의 일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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